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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없는 인터스텔라 감상 후기 - 기대에 못미치는 용두사미

sideattacker 2014. 11. 17. 13:38

어제 아기다리고기다리던 인터스텔라를 드디어 보고 왔습니다.

 

최대한 스포를 피하고자 노력하며 게시판 지뢰찾기를 하길 거의 2주... 드디어 마음놓고 인터스텔라 게시물을 볼 수 있게 된 점은 좋네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보기 전 기대감이 너무 컷던 탓인지는 몰라도 기대에는 못미치는 작품이었습니다.

 

특히 후반부로 갈 수록 이야기들을 억지로 끼워 맞추려는 것 처럼 느껴졌으며 휴머니즘을 넣기 위해서 다량의 무리수가 투입된 느낌을 받았습니다.

 

놀란 감독의 유명한 전작 두 개를 꼽자면 아무래도 다크나이트 시리즈와 인셉션을 꼽을 수 있겠는데요...

 

다크나이트 시리즈도 배트맨의 인간적인 고뇌에 너무 집착하여 마치 억지로 무게를 잡으려는 듯한 느낌을 받아서 저는 별로였습니다.

 

비슷한 느낌을 인터스텔라에서도 받았습니다. 특히나 결말 부분에서 주인공의 감정 변화와 사건 흐름이 과하게 빨랐습니다. 늘이고 늘이다 상영시간이 3시간에 가까워지니 결말을 서둘러 편집한 느낌이랄까요? 특히 마지막에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방식은 개인적으론 어이가 없을 지경... 차라리 '컨택트'가 훨씬 세련된 방식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장르는 전혀 다르지만 서로 다른 시간대를 살아가는 사람과 그의 가족 이야기라면 '어바웃타임'이 훨씬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론 '시간여행자의 아내'보다도 '어바웃타임'을 더 좋아합니다.) 어바웃 타임에서는 가족과 헤어지는 장면에서(혹시 안보신 분들을 위해 최소한으로 묘사) 저도 눈물이 찔끔 났지만 인터스텔라에서는 눈물을 아무리 강요해도 도저히 나오지 않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이쯤 되면 제가 놀란 감독과 별로 영화 취향이 맞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인셉션은 정말 최고의 영화였습니다. 꿈 속의 꿈, 그 안에서 현실과 꿈을 구분하지 못할까 하는 두려움을 풀어나가는 이야기와 주인공이 이를 극복하는 과정등은 정말 최고의 수작이었습니다.

 

어쩌면 인터스텔라를 보기 전부터 블랙홀을 가장 과학적으로 묘사했다는 등의 광고문구때문에 영화에 기대한 과학 고증 수준을 너무 높게 기대해서 그에 실망한 점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론 정말로 과학적인 영화를 만들되 어느정도 영화를 위한 '시적 허용'을 넣으려면 그래비티 수준이 적당하다고 보여집니다. 적어도 영화를 보는 동안은 '저건 말도 안되잖아'라는 생각은 들지 않게 하니까요.

 

총평을 하자면, 최신 물리학 논문까지 배출한 최고의 과학적 영화라고 광고하기엔 블랙홀 외형 묘사 이외의 부분에서 너무 많은 망상이 들어가서 과학적으로 영화를 감상하기엔 부적합한 영화, 그냥 천체물리를 떼버리고 주인공과 가족의 이야기에만 집중해서 보는게 좋은 영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말에서 힘이 빠지는 용두사미와 같은 느낌을 받은 영화입니다.



+덧

타스는 하나 갖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로봇입니다. 어기적 어기적 걸어가는 모습은 다소 우스꽝스럽지만 기동력이 필요한 순간에는 바퀴처럼 굴러가기도 하는 모습과 유머감각까지. 어찌보면 타스를 비롯한 로봇들은 이 영화에서 가장 과학적이고 매력적인 상상력이 발휘된 결과물이 아닐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