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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바이크를 타고 등하교 하기

sideattacker 2012. 6. 5. 14:18

상당히 오래 전에 스트라이다라는 자전거를 보고 처음으로 자전거에 욕심을 냈었다. 하지만 그 작은 덩치에 애미애비 후려치는 가격은(당시 50만원) 살 엄두조차 나게 하지 않았다. 그리고 집이며 학교가 전부 한 경사 하는 지역에 위치한 터라 단기어에 벨트 구동방식인 스트라이다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난 지난 5월, 스트라이다의 특허만료가 진즉에 지난터에 여러 유사 형태의 자전거가 쏟아져 나온다는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특허 제도의 목적을 체감할 수 있었던게, 삼각 접이식 자전거라는 아이디어를 특허로 보호해 주었기 때문에 스트라이다 개발자는 아이디어에 대한 보상과 원조라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가질 수 있었고 특허가 만료되어 모두에게 공개된 이 기술은 다른 제조사들에게 여러 다양한 형태와 기능의 제품을 만들게 하여 소비자에게 좀 더 다양한 선택의 폭을 넓혀주었다. 잡설이 길었는데, 삼천리자전거에서 나온 이지바이크는 스트라이다의 편리함과 동시에 체인 구동 방식의 7단기어라는 실용성을 가지고 나온 제품이었다. 가파른 언덕을 자주 올라가야 하는 나의 생활패턴에는 체인 구동 7단 기어가 적절한 타협점이라고 생각됐다.


물론, 이지바이크 초기 모델은 단기어 방식에 20만원 초반이라는 저렴한 가격이었으나, 신형은 7단 기어가 추가되는 대신에, 접이식 핸들이 빠지고 35만원이라는 다소 높은 가격으로 책정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스트라이다보다는 저렴했고, 동네마다 하나씩 있는 삼천리 자전거 대리점과 일반 부품을 사용하는 호환성은 장점으로 다가왔다. 내일모레면 서른이라는 나이지만 내 자신에게 주는 어른이날(?) 기념 선물이라 생각하며 집 근처 대리점에서 이지바이크를 샀다.

(원래는 WHITE/RED 색상 제품을 사려고 했으나 해당 모델이 품절이라고 해서 SKY/YELLOW 제품을 샀는데, 카다로그에 나온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나아보였다.)


안타깝게도 서울대학교는 관악산 밑자락에 자리잡고 있어 고도가 매우 높다. 그래서 학교에서 집에 갈 때는 비교적 내리막 구간이기때문에 편하게 갈 수 있지만 반대로 집에서 학교를 갈 때는 고역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학교를 갈 때는 사당역에서 학교까지는 버스를 이용하고 나머지 구간에서만 자전거를 이용하고 있다. 이 점이 바로 이지바이크를 구매한 가장 큰 이유이다. 자전거를 접으면 버스 승·하차문을 오르내리는데도 큰 불편함이 없고, 공간을 적게 차지해 다른 승객에게 '그나마' 피해를 덜 주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이 많은 만원버스라면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이동할 수도 없고 여간 눈치가 보이는게 아니기때문에 등교시간에 가장 한산한 노선을 애용하고 있다. (애용하는 5528노선은 사당역에서 회차하기 때문에 늘 앉아서 갈 수 있고 목적지인 서울대학교에 도착할 때 까지도 사람이 많이 타지 않는다. 앞바퀴 바로 뒤쪽 좌석에 앉아 자전거를 내 앞으로 밀어넣으면 딱 맞는다!)


집에 오는 코스는 매우 쾌적하다. 중간중간 약간의 오르막은 있지만, 허벅지 단련하는 셈 치고 올라갈 수 있는 경사이기때문에 '끌바'를 할 필요는 없다. 물론 7단 기어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경사에서는 보통 1~2단을 놓고 올라간다. 단기어에 벨트 방식인 스트라이다는 벨트가 밀리는 경우가 생긴다고 해서 포기했다. 학교에서 집까지 자전거를 타고 걸리는 시간은 대략 40분 정도로, 버스와 지하철을 환승해서 다니는 시간(30분)보다는 느리지만 환승 타이밍이 좋지 않을 경우와는 비슷하고 무엇보다 교통비가 공짜다! 그리고 운동도 되고 즐거움도 있다. 요즘같이 더운 계절에는 집에 돌아오면 땀이 나지만 자전거를 타지 않아도 집에 오면 샤워가 필요한 계절이기도 하고, 운동 후에 하는 샤워의 개운함이 좋다. 


이지바이크로 한 달간 등·하교를 해 본 결과, 코스가 워낙 비대칭이어서 출근은 대중교통과 연계, 퇴근은 자전거 만으로도 OK! 대중교통과 연계에 가장 적합한 폴딩 미니벨로이기 때문에 자출이 조금 부담스러운 구간은 버스에게 맡기고 퇴근 할 때 내리막의 즐거움만 골라 타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휴일에는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반포 한강 공원으로 놀러가는 재미도 있다.